대가의 투자법
올 초 집에 있는 시간이 길어지면서 의자를 바꾸게 되었다. 직장에 있는 의자가 편해서 같은 브랜드의 의자를 구매했는데, 그게 '시디즈'였다. 근게 가격이 제법 쎄길래 제일 저렴한 의자로 구매했다. 새로 산 녀석도 써보니 품질이 만족스러웠다. 좋은데? 이 회사가 시장에 상장되어 있단 걸 어렴풋이 알고 있어서 좀 살펴보았는데, 회사도 괜찮았다. 그래서 주식을 좀 담았지. 아니? 그런데 담고 나서 보니 이건 대가의 투자법이 아닌가? ㅋㅋㅋ 직접 제품을 써보고 회사를 살펴본 후 주식을 매수하는... 크흐... 나도 고수가 되었으면 좋겠... 여튼 회사가 괜찮으니 한번 같이 살펴보자.
아.. 그 전에 다들 메리크리스마스~! 갑자기 왜 슬프지.. 또르르.. 와이프가 더 슬퍼하시는...
시총(억) |
1122 |
주가(원) |
56100 |
PBR |
3.14 |
PER |
11.32 |
ROE(%)(작년 기준) |
27.34 |
EV/EBITDA(작년 기준) |
8.99 |
유동주식비율(%) |
23.22 |
배당수익률(%)(작년배당) |
0.68 |
[Fnguide 기준]
간단한 재무분석: 아무런 걱정이 없다.
들어가기에 앞서 재무상황을 한마디로 요약하면 '아무런 걱정이 없다'.
부채는 대부분이 (운전자본과 관계된) 매입채무이며, 차입금이 없다. 차입이 아예 없다보니 재무레버리지가 없는 것이 문제라면 문제. 재무레버리지로 ROE를 높여야 하는데... 흠. 대신 현금은 150억 가량 보유하고 있어 향후 충분한 투자도 가능한 상태. 현재 시총이 1122억이니 여기서 순현금 150억을 빼주면 EV(기업가치)는 약 천억이 되는데, 이 천억을 통해 2배에 가까운 2천억 매출을 올리며 ROE가 20~30%에 육박하는 기업. 앞으로 자산이 쌓이게 되었을 때 어떠한 자산배분을 할지가 궁금하다. 요약하면, 재무적으로는 아무런 걱정이 없으니 '돈을 얼마나, 어떻게 잘 벌지'에 대해서만 진지하게 고민하면 되는 회사.
매출과 이익은 늘고 있는가?
가구 제조업은 코로나 수혜업종 중 하나(당사의 주가는 큰 수혜를 본 것 같지는 않다. 저점대비 많이 올랐다고 하더라도 여전히 낮아보인다). 그러면 당사가 실제로 매출과 이익이 늘어나고 있는지를 살펴보자. 참고로 2018년 4월 영업양수도를 거쳐 현재 사업의 모습을 갖췄기 때문에 그 이전의 데이터는 쓸모가 없다. 그러니 무시. 손익계산서를 보자.
앞에서 살펴봤듯이 재무적으로 안정적이므로 영업이익이 대부분 순이익으로 전환된다. 따라서 손익계산서를 살필 때 매출, 매출총이익, 영업이익에만 집중하면 된다. 그러니 이 세가지에 대해서 단순히 '늘었네', '줄었네'보다는 조금 더 파고들어 '왜 느는지', '왜 주는지'를 고민해야 한다. 우선 위의 표에 나타나는 세가지에 대해서 간단히 짚어보자.
(1) 매출액의 증가: 19년도에 비해서 매출액 자체가 많이 늘었다. (19년도 1분기는 특이하게 많이 나옴. 왜 그럴까? 일단 1분기 제외) 19년도 분기당 440~460억 정도의 매출이 올해 530~570억으로 상승하는데, 이는 평균 21.2%의 상승. 이정도의 매출증가는 충분히 만족스러워 보인다. 아무래도 코로나로 인한 "재택근무 등의 증가'가 '의자교체 수요의 증가"로 이어졌기 때문일 것이다.
(2) 매출총이익과 매출총이익률: GP(매출총이익)의 경우 80~90억에서 110~150억으로 증가한다. 제조업에서는 매출이 늘면 자연스럽게 원가율이 낮아지면서(규모의 경제) OP margin이 증가하는 경향이 있는데, 동사도 19년 대비 올해 OP margin이 증가한 모습을 보인다. 단, 주목할 점은 OP margin이 1분기 21.3%에서 2, 3분기 26.2%까지 급증한 것. 왜 그럴까? 이는 반드시 확인해야 하는 숫자(구조적인지 또는 일시적인지 판단이 필요). 그러니 뒤에서 다시 확인해보자.
일단 다시 위의 표에서,
(3) 영업이익의 증가: 작년 OP(영업이익) 10~30억에서 올해 40~50억으로 현저히 증가했다. 하지만 3분기 GP가 전분기 대비 140억에서 153억으로 13억 증가한 반면, 영익은 58억에서 44억으로 14억이나 감소하였다. 매출과 매출총이익이 증가했는데, 영업이익은 오히려 감소한 것. 오잉??? 나쁜 신호다. 반드시 살펴보자. 이 부분은 2편에서 다시.
위 세가지 사항 중, (1)은 단순한 매출의 증가이므로, (2)와 (3)에 대해서 다시 한번 살펴보자. 먼저 (2)부터.
GP margin 6.2% 감소의 비밀
1Q 매출원가율 78.7%에서 2Q 매출원가율 73.8%로 줄어들었는데(매출원가율 = 1 - 매출총이익율), 이는 4.9%p, 또는 6.2% 감소한 것이다. 즉, 매출원가가 대략 6.2% 정도 감소했다는 것이고, 우리는 이 6.2%의 원인를 찾아야 한다. 한번 잘 찾아보자. 핵심은 원재료.
(1) 1분기 '플라스틱 사출품' 매입액이 매출원가에서 차지하는 비율이 26.83%에서 2분기 19.40%로 약 7%p 가량 줄어들었다(신경쓰지 않아서 몰랐는데, 의자에서 차지하는 플라스틱의 비율이 생각보다 높군! 하긴.. 철, 알루미늄, 플라스틱, 충전재와 마감재 말고는 딱히 들어갈 것이 없어 보이기는 한다). 따라서 원자재(플라스틱) 가격의 하락이 매출원가율의 감소로 이어졌을 것으로 볼 수 있다. 다만 매출원가를 파악할 때 항상 조심해야 하는 부분은, 원재료 매입액이 얼마나 매출원가에 반영되었는지도 확인해야 한다는것인다. 이는 회사의 재고자산을 체크해보면 알 수 있다. 참고로 매입액은 매출원가와 기말재고에 나뉘어서 반영되는데, 만약 어떤 회사의 재고가 많이 늘어났다면 당기의 매입액이 매출원가에 충분히 반영되지 못하게 된다. 한편 동사의 재고자산 추이를 보면 1Q 139억, 2Q 137억, 3Q 138억으로 거의 변화가 없고, 따라서 매입액의 대부분이 매출원가에 반영되었음을 짐작할 수 있다. 그래서 결론. (1) '플라스틱 사출품 원재료 가격하락이 매출원가 감소에 영향을 끼쳤다'. 아래에서 주요 원재료 가격변동 추이를 보면,
실제 1분기 대비 2분기 주요 원재료 가격이 하락한 것을 볼 수 있다. 주요 원재료는 PA6(나일론)와 PP로 모두 석유화학제품. 이 원재료 가격은 재작년부터 꾸준히 하락하고 있고, 이는 동사에 긍정적인 환경으로 작용했을 것이다. 그러므로 앞으로도 PA6와 PP같은 석유화학 제품의 가격 동향을 유심히 살펴봐야 한다. 그러면 매출원가율 감소의 원인이 원재료 가격하락이 전부일까? 아니다.
(2) 다시 이전 [주요 원재료 등의 현황]에 관한 표를 보면, 제일 아랫단의 기타에 해당하는 '스폰지, 우레탄 원료 등'의 비율이 매우 증가해 있는 것을 볼 수 있다. 7.25%에서 17.90%로 10.65%p 증가. 이는 이들 원재료의 가격이 급격히 증가했다기 보다는(실제로 증가하지 않았다) 최근 많이 팔리는 제품에 스폰지와 우레탄이 많이 들어간다는 것으로 추정할 수 있다. 그럼 최근에 많이 팔린 제품은 어떤 제품일까? 스폰지와 우레탄이 많이 들어가는 제품.. 회사의 보고서에는 제품별 매출을 나타내주지 않기 때문에 추측해 봐야한다. 무엇으로??? 정확하지는 않지만 제품의 가격변동으로 살펴보자. 여기서 로직은, "수요의 증가가 판매가의 상승을 이끌어 낼 것"이라는 명제의 역. 즉, "판매가의 상승이 일어난 제품은 수요가 증가했을 것". 다들 알겠지만 역이 항상 옳은 것은 아니다.
자, 위의 제품의 가격변동 추이를 보면 중역용 의자와 일반사무용 의자의 가격이 상승하였다. 이 두 제품은(아무래도 중역용 의자가 훨씬 더) 다른 제품 대비 아무래도 쿠션이 좋아야 하니깐 스폰지와 우레탄이 많이 들어간 프리미엄 제품(판매단가가 비싸다)이고, 결국 (2) 매출원가율의 감소는 이 두 제품에 대한 수요의 증가와 그에 따른 두 프리미엄 제품의 매출 증가에 기인한다는 것을 짐작할 수 있다(프리미엄 제품일수록 원가율이 낮은 경향이 있다).
정리하면 매출원가율의 감소는(또는 GP margin의 개선은)
1) 플라스틱 사출 원재료 가격의 인하와
2) 프리미엄군 제품의 매출 증가에 기인하는 것으로 추정된다.
이와 함께 우리가 회사에 대해 판단할 수 있는 부분은, 동사는 원재료 가격의 하락에도 불구하고 제품 판매가를 높일 수 있는 '가격결정력을 가지고 있다'(good)는 것이다. 이는 시장에서 동사의 지위를 엿볼 수 있는 부분. 다만 단순히 업황이 좋아서 일 수도 있다. 나는 그저 추정할 뿐.
앞의 추론은 어디까지나 재무제표를 이용하는 이용자로써 합리적인 선에서 추측한 것일 뿐, 진실은 알 수 없다. 세부적인 내용은 회사의 영업비밀에 해당하기 때문에 아마 IR담당자와 연락을 하더라도 잘 알려주지 않을 것이다.
여기까지 간단히 회사를 살펴봤고, 올해의 매출, GP 그리고 GP margin에 대해서 판단해 보았다. 이번 편에서는 좋은 업황을 바탕으로 긍정적인 숫자들을 살펴봤는데, 다음편에서는 3분기 실적발표 후 나를 의아하게 했던 우려스러운 숫자들을 살펴보겠다. 꼭 봐야 할 것 같지 않나?
(다음글 링크)
[심심한주식 - 기업분석] - [심심한 주식] 13. 시디즈 (2) - 여러분의 척추는 안녕하신가요??? 2020.12.25. (현타의 기업분석)
앞으로 가독성을 위해서 글을 분리하고자 합니다. 너무 긴 글은 호흡이 길어져, 읽는 이에게도 그리고 쓰는 저에게도 '시련'인 것 같으니깐요. 쉽게말해 힘들어요 ㅜ..ㅜ
그러면 안녕히계세요, 여러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