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즘 핫한 쿠팡이츠를 사용해 봤다(아니, 사용 '당해봤'다??). 배달을 시켜 먹은게 아니라 배달을 해 본거다. 요즘 뜨는걸 직접 해보고 느껴야 진정한 투자가가 아니겠는가'라는 겉 멋든(?) 생각과 수익이 짭짤하다는 친구의 추천으로. 최근 이벤트가 있어 최초 1건의 배달에 무려 5만원을 추가로 지급한다고 했다. 왓더??? 그리하여 투자가로서의 사명을 느껴(라고 쓰고 돈에 눈이 멀어) 집에 계시는 와이프님을 설득하였다. "배달 딱 두건만 하고 십만원 받아서 맛난거 사먹자~" 바로 OK.
쿠랑이츠 라이더스 어플을 받은 후 배달을 하기 전에 영상 시청과 시험 등의 과정도 있었다. 아래는 어플 다운로드 후, 영상 시청과 실제 배달까지의 과정.
1) 무슨 동영상 시청 후 시험을 친다. 동영상은 그냥 음소거로 틀어만 놓아도 되고, 시험은 그냥 읽을 줄만 알면 된다(처음 한, 두 문제는 어려울 수도 있는데, 그거 틀려도 붙는다. 걱정하지 마라).
2) 배달 오더가 많을 것으로 예상되는 집 근처의 핫플레이스, 한남동으로 갔다. 한남 오거리 부근에 도착 후 쿠팡이츠 라이더스 어플을 켰다. 처음 써보는 어플.. 메뉴가 매우 간단하다. 그러니 고민할 것 없이 우측상단의 상태를 '온라인'으로 전환하니, 1분도 되지 않아서 첫 배달 주문이 들어왔다! 아니 왜 이렇게 빠른가.. 어플도 매우 직관적. 그래서 따로 설명도 없다.
3) 배달을 수락 후, 몇 번 클릭하니 카카오내비로 자동 연결이 되면서 음식을 픽업할 음식점으로 경로가 설정되었다. 굳이 주소를 수기로 입력할 필요가 없었다. 매우 편하군. 그저 어플이 시키는 대로 따르면 된다. 어플 너무 잘 만들었잖아? 사용자 편의성을 생각하는 어플이다. 감각 있구만... 쉬이 새로운 라이더가 유입 될 수 있어 보인다.
4) 음식을 픽업하고 나면 배달주소로 목적지가 변경된다. 음식 배달 후, 완료를 누르면 끝! 20분도 안 되는 시간에 무사히 첫번째 배달을 끝내고, 와이프의 폰으로 두번째(와이프에게는 첫번째) 배달을 했다. 그런데 하필 이번 배달의 목적지는 대한민국에서 가장 비싼 아파트, '나인원한남' 이었다. 내가 이런 곳을 가보다니... 아니, 근데 아파트가 너무 좋은 것 아닌가.. 단 한번도 21세기에 지어진 아파트에 살아본 적도 없는 나에게는 이 호사스러운 아파트는 컬쳐쇼크 그 자체였다(호텔보다 좋은 것 같다. 그리고 경비아저씨는 왜 저렇게 젊으신 거지? 경비 오라버니?) 다만 너무 충격적이라 떡볶이를 배달하면서 콜라는 그대로 내 손에 들고 엘리베이터를 타고 내려와 버렸다. ㅜㅜ 초짜 티내기는.. ㅉㅉ(얼른 다시 올라가서 드렸다는... 불편을 드려 죄송합니다~) 아파트의 충격 때문인지 평소 바쁘다는 핑계로 놀러도 가지 않으면서 주말 오후에 배달이나 하자고 와이프를 불러낸게 미안해졌다... 와이프님.. 죄송합니다... 나중에 호강시켜 드리지요.. 아니.. 갑자기 일기장이 되어가고 있군.
여튼.. 두 건의 배달 후 10만원 넘는 수익을 냈다. 얏호. 이건 개꿀 아닌가? 이정도의 프로모션을 한다는 것 자체가 쇼킹하다. 돈이 남아도나? 그리고 배달을 하면서 보니, 거리에 라이더스가 눈에 뛰게 많아졌다. 역시, 관심 있는 것만 보인다는. 이들은 건당 수당을 받기 때문에 미친듯이 빠르게 배달을 한다. 쿠팡이츠에서 주문이 들어가면 1분 안에 라이더가 배정되고, 라이더는 다시 5분 안에 음식을 픽업하러 식당에 도착하는 것 같다. 그런데 음식은 아직 가끔 늦게 나오는 듯. 어떤 곳은 음식도 바로 나온다. 내 느낌. 차차 이런 음식 준비 속도도 빨라질 것으로 보인다. 가게 사장님도 돈 더 벌기 위해서 빠른 속도로 진화하시겠지. 그러면 동네 음식점에서도 규모의 경제가 나타나지 않을까.
규모의 경제와 관련하여, 결국 부동산의 패러다임이 바뀔 수도 있어 보인다. 내가 나인원한남에 배달했던 음식은 떡볶이 였는데, 음식을 픽업하러 갔더니 원래 큰 홀이 있는 치킨을 파는 술집이었다. 아직 간판도 바꾸지 않고, 떡볶이 배달만 하고 있는 듯 싶었다. 그 큰 홀은 무척 공허해 보였는데, 수익은 일도 창출하지 못하면서 엄청난 비용만 잡아먹는 악성자산 그 자체였다. 앞으로는 이렇게 큰 홀이 필요가 없다. 점심/저녁 피크 타임에 빠르게 음식을 만들 수 있는 인력과 시스템, 적절한 주방만 있으면 충분해 보인다. 장사가 잘 되는 곳은 (홀이라고 하는 공간의 제약이 없어졌기 때문에) 이전보다 매출이 크게 상승할 것이고, 그렇지 않은 곳은 손님을 뺐겨 더욱 장사가 안 될 가능성이 크다. 상가내에서 입지의 중요성도 크게 줄어들 것으로 보인다. 상가를 볼 때 상가의 노출과 유동인구의 중요성이 감소할 것이며 이는 상가부동산의 자체의 변화를 가져올 것이다. 즉, 입지의 중요성이 떨어진다. 하지만 미래는 모르는 것이니깐.. 이런 생각을 해 봤다 정도?
사실 올해 여기저기 돌아다니면서 망한 상가를 많이 보았고, 나중에 코로나가 진정된다고 할 때 새로운 가게가 결국 들어서게 될 것인데, 그 때는 상가 리모델링과 관련한 수요가 많이 발생할 것이고 이와 관련한 저평가 기업은 무엇이 있을지 고민해 보곤 했다. 그런데 오늘 알바를 해보니 어쩌면 단순히 새로운 가게가 들어오는 것이 아니라 보다 큰 변화가 있을 것 같기도 하고... 따라서 그런 변화에도 불구하고 무조건 이득을 볼 수 있는 그런 사업이 뭐가 있을까 다시 고민을...
여튼, 지금의 쿠팡은 돈을 무자비하게 때려박고 있다. 이걸보면 쿠팡의 적자가 확실히 줄었나 보다. 그러니 다른 분야에서 이렇게 돈을 쓸 수 있는 것이 아닌가.. 쿠팡 플레이도 그렇고.. (이쯤에서 쿠팡과 다른 배민만의 강점은 무엇인지 생각해 봐야 한다) 쿠팡은 항상 '빠름'을 강점으로 점유율을 높여왔다. 이번 쿠팡이츠에서도 다르지 않다. 쿠팡의 전투적인 라이더 지원 이벤트에 힘입어, 배민은 라이더와 소비자 모두를 빼았기고 있다. 지금도 들려오는 지인들의 이야기는 '배민은 주문하면 한시간이 걸리고, 쿠팡은 20~30분이면 온다'는 거다. 그리고 '음식점 사장님들은 배민의 오더가 쌓여있는 와중에도 쿠팡의 주문이 들어오면 먼저 처리하기도 한다'는 소문도 있다. 이건 라이더가 음식달라고 너무 재촉하기 때문에?배민의 투자자라면 무시무시한 이야기다. 어디까지나 소문이다. 사실인지는 모른다.
현 상황에서 투자자로서 '적자를 감안하고 돈을 때려박는 쿠팡'이나 '강력한 경쟁자가 나타난 배민'에 투자하는 것은 적절치 않아 보인다. 나 같은 쫄보는 누가 이기는지에 내 돈을 걸기 보다는 좀 더 확실한 투자처를 찾아야 한다. 누가 이기든 수혜를 볼 수 밖에 없는 그런 사업. 배달의 증가, 그리고 이로 유발되는 부동산 상권의 변화와 관련해서 좀 더 고민을 해봐야 할 듯. 결제 사업도 나쁘지는 않고.
뭐, 단순하게 생각하면, 오토바이도 잘 팔릴 것이고(차로 배달하는 것은 가성비가 너무 떨어지며, 자차 배달을 금지하는 법안도 나올 수 있다), 오토바이 헬멧도 잘 팔릴 것이고, 배달하시는 분들이 입는 두터운 옷도 잘 팔릴 것이다. 휴대폰을 거치하는 거치대도 잘 팔릴 것 같고. 또한 상가 리모델링 관련한 회사들의 매출도 올라갈 수 있고, 주방기구 관련한 회사의 매출도 올라갈 수 있어 보인다.. 여튼 관련한 여러 기업을 개별적으로 분석하여 저평가이면서 높은 성장성을 가진 회사의 주식을 가려내야 한다. 사실 생소한 분야라서 어떤 상장회사가 있는지도 잘 모르겠다ㅎㅎ. 투자를 위한 숙제겠지. 좋은 회사 있으면 누가 좀 알려주시져.
작년 초부터 이커머스 대전을 아주 흥미롭게 지켜보고 있었는데, 이제 전장이 확대됐다. 시즌2다. 보는 입장에서는 정말 흥미롭다. 팝콘각. 같이 즐겁게 지켜보자.
여튼, 좋은 거 있으면 좀 댓글로 알려주시라. 같이 돈 벌자.